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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in동악] 근대시에 나타난 여행 체험과 조선 인식

기사승인 [209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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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도 하반기 박사학위논문 리뷰

   
  △ 사진출처 : pixabay  

   새롭고 낯선 곳에 대한 관심은 인간을 여행하게 만든다. 공간을 이동하며 마주하는 생경한 풍경은 자신이 떠나온 세계를 재인식하게 만들고, 여행이라는 비일상의 시간은 사유를 확대하고 지적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지리학의 발전과 도로, 기차 등 교통 시설의 발달은 인간을 보다 먼 곳으로 떠날 수 있게 했으며 이를 통해 경계와 공간에 대한 인식 역시 확장되었다. 국가의 형성과 제국주의 팽창 속에서 여행은 세계적 정세와 조선의 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여행은 문학의 주요 소재로 들어오게 된다.

   정영효의 논문 「근대시에 나타난 여행 체험과 조선 인식」은 근대시에 나타난 시인들의 여행 체험을 검토하고, 이들이 ‘조선’을 어떻게 인식하고 형상화했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1930년대 이후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근대시가 활발하게 발표되었다. 당대 한국시사는 ‘조선만의 정신’을 구축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시인들은 ‘자기정체성’의 근원으로서 조선의 공간이 가진 의미에 대해 주목했다. 저자는 식민지 시기 조선의 정체성과 조선이라는 공간성을 탐구하는 주요 축으로 근대시에 나타난 여행 체험을 살피면서 작가의 자의식, 작품의 내용과 역할을 확인하고, 동시대의 사회·문화가 근대시와 어떻게 접목했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시인들이 여행을 통해 발견하고자 했던 가치와 의미,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목했던 대상에 따라 세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장에서는 여행을 통한 ‘국토’ 및 ‘국경’ 체험이 시에 형상화된 방식을 살핀다. 식민지시기 작가들의 여행에 주된 목적은 국토를 확인하고, 역사와 신화 속에서 조선이 지향해야 할 기반을 발굴하는 일이었다. 작품 속에 재현된 금강산, 백두산과 같은 조선의 산은 국토와 상통하는 절대적인 관념으로 조선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공간이고, 시인들의 이주와 순례의 경험을 통해 작품 속에서 호명되는 두만강, 압록강 같은 ‘국경’은 조선의 고유 영토라는 자의식과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합쳐진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고적(古蹟)’과 관련된 여행 양상과 관광 체험이 반영된 작품을 분석한다. 제국에 의해 재편된 조선에서 고적은 지워진 공간과 역사를 환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시인들은 답사 형식으로 고적을 찾아 일본에 의해 덧씌워진 의미가 아닌 공동의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고, 본인들의 체험을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논문은 이들이 고적 답사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신성과 식민지 공간에서 고적을 대상화한 방식을 파악한다. 더불어 관광 체험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여행지를 구획해 의도된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투어리즘’이 얼마나 식민지 지배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이주와 유학 등의 목적으로 일본, 만주 등 ‘이국’을 여행했던 시인들의 작품을 본론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조선인에게 만주와 일본은 물리적 거리감과 더불어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하는 공간이다. 시인들은 이국을 여행하면서 조선의 안과 밖의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일본과 만주 체험을 통해 이국의 공간을 사유한 이들은 향수의 감정, 새로운 풍경의 발견, 식민지 체제 의식 등을 작품 속에서 발현했다.

   논문은 식민지 조선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인들의 여행은 자발적 선택과 정치·사회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기에 근대시에 나타난 여행 체험을 특정한 범주로 포괄하기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여행이 조선의 지리, 정치, 역사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식민지 시인들의 여행 체험이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이를 국토와 국경, 고적, 이국 등의 인식이 드러난 시로 형상화했음을 밝혀내고 있다.

김민범 편집위원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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