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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방금 시작한 마음

기사승인 [209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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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나가는 주말, 빈 연구실에 홀로 앉아 동국대학원신문의 첫 마감을 한다. 석사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하며 동국대학원 신문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대학원에 들어가면 신문사에서 일해야겠다고 학부 때부터 마음먹었다. 먼저 진학한 선배가 신문사에서 일한다고 들었고,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문사 일을 하고 싶었다. 지난 학기,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상상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낯선 분야의 연구를 조사하며 무지함을 체감하고, 선배의 아주 긴 졸업 논문을 읽으며 아득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자꾸 덜컹거리는 창밖을 바라보게 된다.

   편집위원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신문사의 지난 글들을 살폈다. 2007년 기사부터 정리되어 있었다. 학문에 대한 진지함과 대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서린 글들이 잔뜩이었다. 학기마다 4회씩 발행되던 신문이 점점 줄어 2회씩 발행하게 되는 과정과 대학원신문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전 편집위원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자기소개와 평소 고민해 왔던 연구조교에 대한 기사를 적었다. 취재하며 대학원생들에게 신문사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 존재만 알고 무심했다. 신문을 펼쳐 들 독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읽기 시작하면 지면에 오래 머물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면접을 보고, 같이 해보자는 전화를 받았다. 동국대학교에 적을 둔 지 8년이 되었다. 그간 과의 통폐합부터 페미니즘, 시간강사법, 대학원 학생회, 재단을 둘러싼 커다란 사태까지 많은 학내 이슈가 있었다. 매번 친구들과 분통을 터뜨렸을 뿐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편집위원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대학사회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다. 선배 편집위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성실하고, 예민하게 기사를 써나가고자 한다. 누군가 다시 지난 기사들을 살피며 편집위원 지원을 준비한다고 할 때 부끄러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선임 편집위원들을 만났다. 글 쓰는 동료를 얻는 일은 기쁘면서 애틋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과 쓴다는 막연함을 견딜 친구가 같이 생기기 때문이다. 첫 편집회의를 하며 기사를 배분하고, 신문사 생활에 대해 물었다. 언제나처럼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생긴 연구실이 좋아서 늦게까지 남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정영수 소설, 「레바논의 밤」에서 ‘나’는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언젠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공부를 계속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종종 막막하게 느껴지는 대학원 생활이 신문사에서 글을 쓰고, 함께 공부하며 어렴풋한 무언가가 아닌 오래 질문할 무엇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학기를 시작하며 먼 곳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안부를 묻는 척하며 다짐을 가득 적었다. 상대가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등기 우편으로 하겠냐는 우체국 직원의 질문에 보통 우편으로 하겠다고 대답했다. 편지가 잘 도착했는지 여전히 모른다. 친구가 어떤 표정으로 그 글을 읽었을지 궁금할 뿐이다. 동국대학원신문의 첫 글을 쓰는 마음도 비슷하다. 신문이 누군가에게 잘 도착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기사를 읽을지 긴장된다. 여전히 창문이 흔들리고 있다. 욱신거리게 더웠던 여름이 요란스럽게 떠난다.

김민범 편집위원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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