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문화 산책] 군주의 문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기사승인 [219호] 2022.03.21  

공유
default_news_ad1

 

   
  △ 사진출처 : 인준영 편집위원  

 5호선 광화문 역이 있지만 동국대학교에서 가기엔 환승을 해야 하므로 번거롭다. 경복궁역에서 하차한 후 정부종합청사를 따라 걸으면 광화문이 보인다. 광화문 앞에는 세종대로가 넘실대고 그 가운데에는 광화문 광장이 섬처럼 놓여있다. 좌우에는 세종문화회관, 주한미국대사관 등이 나열해있다. 광화문은 오늘날 무언가를 지키는 문의 역할보다는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광장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주 보는 것을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광화문이 그 예시 중 하나일 것이다.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동상이 언제 세워졌는지 아는가? 이순신 이외에도 15명의 애국 선열 동상 건립이 계획됐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우리가 편히 부르고 있는 광화문의 이름 뜻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광화(光化)는 서경에 나오는 말로 ‘군주의 덕이 사방으로 덮이고 바른 정치가 만방에 미친다’라는 뜻이 있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 이후 1395년 한양에 경복궁을 창건했다. 이후 1399년 궁의 둘레에 궁성을 쌓고 동·서·남쪽에 성문을 세웠는데 이때 남문의 이름을 ‘광화문’이라고 정했다. 당시 광화문 앞은 조선 시대 중앙 정치 기구인 육조와 사헌부와 삼군부 등의 관청들이 도열하여 육조거리를 이뤘다. 이처럼 광화문과 그 일대는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역사와 함께한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오랜 역사와 달리 현재 광화문의 풍경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 동상은 2009년 건립되었고, 그 옆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2년 개관했다. 광화문을 둘러싼 격변은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종대로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것은 불과 1999년이었고. 1995년까지 광화문의 뒤편에는 경복궁이 아닌 조선총독부 청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광화문 역시 1395년 이후 임진왜란과 6·25전쟁 두 차례에 걸쳐 전소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원래의 자리가 아닌 경복궁 동문의 북쪽으로 옮겨지는 수모도 겪었다. 광화문의 복원과정도 험난했는데 1968년에는 콘크리트로 복원되었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현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광화문은 늘 우리의 삶 그리고 역사와 함께 있었고, 역사 속 격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특별전을 개최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21년 12월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 특별전(이하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3개 기관이 마련한 광화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는 협력 전시인 “광화문 600년 : 세 가지 이야기” 중 세 번째 전시이다. 특별전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광화문과 그 주변의 변천을 4부로 나누어 관람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특별전의 전시물들로는 광화문의 변화를 소개하는 3면 영상, 구술 자료 광화문의 과거 사진과 포스터 등이 있다. 

   이번 특별전은 ‘친절’과 ‘친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친절’이다. 사진과 영상자료 및 다양한 모형 등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특별전의 흥미를 돋운다. ‘GNP’등 일반인에게 낯선 용어들은 꼭 월 텍스트(wall text)로 부연 설명을 달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단지 변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역사적 맥락의 관점에서 함께 보여준다. 역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담론 뿐 아니라, 광화문에 세종대로가 건설되고 횡단보도가 들어서는 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서술한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역사 공간으로서의 광화문에 대한 더 쉬운 이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 전민조, 정부종합청사 건너편의 노인 (사진출처 : 인준영 편집위원)  

강조하고 싶은 특징은 ‘친숙’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체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박물관보다 시간적 거리감이 덜하다. 이러한 경향은 전시품들의 내용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특별전에서는 광화문 교보타워, KT 광화문 빌딩, 세종문화회관 등 광화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건물들과 광화문의 상징인 이순신 동상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건축물뿐 아니라 을유문화사, 문학과 지성, 일조각 등 우리가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출판사들과 관련한 기록과 광화문 주변 점포들의 간판들도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특별전은 관람객들에게 ‘우리’가 잘 아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그것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전시의 시점도 의미가 있다. 당시 시민들이 남긴 구술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별전이 광화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당시 권력의 시점뿐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였던 시민의 시점에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전이 광화문과 연관 지으려 한 것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교육, 문화, 의식주 등 우리 삶과 직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화문은 시민의 공간으로 재정의된다. 관람객들은 광화문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저마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역사교육을 배울 때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지도층 중심의 역사서술’이다. 이는 전체 역사에서의 일부만 보여주는 것일 뿐 아니라 역사를 배우는 사람에게 역사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다양한 시각의 역사 서술이라는 신선함을 경험할 것이다. 더불어 관심이 없던 이들은 친숙한 공간이라고 여겨졌을 광화문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새롭고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위인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준영 편집위원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