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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기후위기와 농업ㆍ먹거리 전환 과제

기사승인 [220호]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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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Pixa bay  

   인류 번영과 문명 발전을 이루어 온 과정이 우리 인간 삶의 지속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온실 효과를 인지한 게 100년 전, 산업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기온 상승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 80여 년 전이다. 인류가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다. 이는 지난 1만 년 간 지구 생태계의 자연적인 기온 변화 속도의 20~25배이다. 지금 추세라면 30년 뒤 평균 기온이 2도 오르고 지구 생태계는 회복력을 잃어 ‘절멸’로 치닫게 된다. 남 얘기 같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는 바로 우리 세대의 문제로, 일상화된 이상 기후로 겪고 있다.

   2018년 IPCC(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인천에서 열린 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채택하여, 지구 생태계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해야 하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여야 하며(탄소중립), 이를 위해 2030년까지 45%를 감소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에 앞서 2015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21차 당사국 총회(파리)에서는 모든 국가에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신기후체제’에 합의하였고,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최대 배출해인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지난해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기후위기 대응을 정부에게 맡기면 알아서 할 일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에 이르게 된 원인이 우리의 일상화된 삶의 방식에 기인한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나 대응 역시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생산-소비 활동의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에도 다가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78억에 이르는 인류의 번영은 먹거리 체계(생산, 가공, 유통ㆍ물류,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 체계)의 발전에 따른 것이며, 지금의 먹거리 체계는 화석 연료에 의존하여 성장해 왔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를 유발해 왔다.

   위기로까지 심화된 기후변화가 먹거리 체계의 작동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농식품 체계의 생산력은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활용하여 산업화가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해 증가하고, 2차 대전 후 자본제 상품화와 과학기술이 적용된 이른바 ‘녹색혁명’(품종개량, 농약ㆍ화학비료 양산 보급, 관개수 공급)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비례하여 인구가 늘어났다. 신자유주의 이후 ‘화석 연료에 의존한 전 지구적 농식품 체계’가 구축되고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부터 이 체계에 편입되어 현재는 사료 곡물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이 20%에 머물고 있다. 마트에 넘쳐나는 먹거리, 식당에서 구워먹는 고기의 대부분이 탄소 배출을 외부화하며 풍요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 농식품 체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3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벤토리에서 농업의 비중은 2.9%로 평가되고 그에 따른 정책만 제시되고 있다. 이는 농업 생산 현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것만을 평가하고, 80%에 이르는 사료 곡물, 먹거리 수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온전히 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과정 뿐 아니라 유통-소비-폐기 단계에서 배출되는 양은 에너지, 산업 등 다른 부문에 포함시키거나 평가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사이언스>지에는 농식품 체계의 전환 없이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현 추세가 지속되면 30%에 이르는 농식품 체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2050년에는 두 배로 증가하여 다른 산업의 감축을 상쇄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 생산에서 소비, 폐기에 이르는 농식품 체계 전반의 감축 전환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우리가 기후위기 문제에서 농업 부문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가 식량위기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급률을 최소한의 적정선으로 올리기 위한 농업, 농촌 재생과 확대의 노력이 없다면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1순위 과제는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의 확충이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대기로 확산된 탄소를 안정화하고 저장할 공간이 흙이기 때문이다. 흙은 대기보다 2~3배 더 많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산업화한 경작으로 대부분의 경작지 흙은 탄소를 절반 이상 잃었다. 흙이 탄소를 저장할 여지가 있는 상태이고 건강한 유기농업, 재생농업, 탄소생태농업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흙으로 되돌릴 수 있다.

   생산에서 소비, 폐기에 이르는 먹거리 체계에 대한 통합적 인식을 가지고, 자급력을 높이며, 생산과 소비의 탄소 중립 전환을 이루고, 기후 부담이 상당한 축산과 육식 줄이기 등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생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우주의 기적이고, 축복이다. 생명을 이어가려면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전환이 절실하다. 나의 먹거리 생산ㆍ소비 선택이 지구를 살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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