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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연구자 보호 못하는 IRB, 연구분야별 특성 반영해야

기사승인 [220호]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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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B는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약자로, 생명윤리 및 안전의 확보가 필요한 대학과 기관에 설치된 자율적 독립적 윤리기구로, 연구자와 연구대상자 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3년 2월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 인간 대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IRB의 심사를 통과해야 연구 착수가 가능하다.

   초기 IRB 심사의 초점은 생명과학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법이 개정되며 연구윤리의 대상이 인간과 인체 유래물에 관한 연구로 확장됐다. 대인 접촉이 있거나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연구가 심사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 개정에 따라 한국에서 설문조사, 인터뷰, 참여관찰을 사용하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역시 연구 시행 전 IR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의면제’가 존재하지만, 면제 여부의 결정의 주체는 IRB이므로 사실상 모든 연구자들이 일단 IRB의 승인을 밟아야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윤리를 체계화하고 연구대상자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IRB의 도입과 확대에 분명한 의의가 있지만, 비판도 존재한다. IRB 심사의 대상이 인문사회 분야까지 확대된 것에 반해, 심사 기준은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방식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인문사회 연구 현장에서는 IRB 심사 과정에서 심사 기준의 부적절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IRB 심사에서 말하는 ‘인간 대상 연구’와 질적연구의 ‘인간과 협력하는 연구’에는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사전 서면 동의서이다. IRB는 연구 전 연구 대상자들에게 최소 4~5쪽 분량의 동의서와 설명서에 대한 동의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주의나 구술사와 같이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경우, 이들은 대체로 국가나 공식적인 문서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어 이들에게 서면동의서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관계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공식적인 관계로 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 역시 지적된다.

   심사의 역효과도 지적된다. 질적 연구의 경우 IRB 심사에서 집중하는 연구 ‘준비’보다 연구대상자들과 라포를 쌓는 연구 과정에서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IRB 심사기준은 이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IRB가 연구자와 연구대상자를 권력자와 피 권력자로 상정하고 있는 반면, 질적연구의 경우 이 관계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도 현행 IRB 심사의 맹점으로 꼽힌다.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이 관료주의적 혹은 형식적으로 IRB 심사를 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학계는 기관별 IRB의 질적연구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고 있다. 실제 현장 연구를 준비하던 원우 A씨도 “연구 대상과의 이해관계 문제 때문에 자신이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은 연구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며 “교사는 본인 담당의 학생을 잘 이해하여 가르쳐야 하는데 이러한 문제로 직접 가르치지 않는 학생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면 연구의 타당성이나 실제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개정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IRB 심사 규정 역시 인문사회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2016년부터 구술사를 IRB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IRB 심사에 인문사회 분야의 특성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학문 자체적으로 통용되는 연구윤리체계가 있음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동료 연구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실제 연구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것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인준영 편집위원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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