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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반지하 주택,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기사승인 [221호]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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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Nicolas Poussin <Winter> 1664.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우리나라의 반지하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불량 주거다. 지난 달 100년 만에 온 집중 호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인 참변을 당한 일은 어찌 보면 예견된 비극이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여파로 게릴라성 집중 호우는 점점 더 잦아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대비가 부실했던 것이다. 심지어 영화에서까지 반지하 침수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살고 있는 사람이나 방재 당국은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는 반지하 시민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데, 이들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위험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집값은 폭등하고 소득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실한 주택에 내몰리고 있으며, 반지하도 그 중 하나다. 거기에는 이 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도 많다. 그러므로 반지하는 단순히 불량 주거로의 의미를 넘어 사회의 통합과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반지하 주거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 반지하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어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퇴출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제안해본다.

   지하 거주는 산업혁명 시대 유럽에서도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이 시기 도시 주거에 대한 기록을 보면 지하 주거, 간이 숙소, 백투백하우스 등이 열악한 노동자 주택이 등장한다. 이중 가장 열악한 것이 지하 주거였다. 원래 지하실은 창고로 쓰였는데, 산업 혁명으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거주 공간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특히 1800년대 초 아일랜드 이민들이 직업을 찾아 영국으로 많이 이주하면서 지하 거주가 심화되었고, 홍수 때는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1848년「공중위생법」이 제정되면서 영국은 지하 주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된다. 이 법 67조는 신축하는 건물의 지하 거주는 금지하고, 기존 지하실도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거주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건이란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최소 7피트(약 2.1미터)가 되어야 하고,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이 최소 9피트(약 2.7미터)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하수관로가 지하실 바닥보다 1피트(약 30센티미터) 이상 아래쪽에 있어서 배수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170여년 전에 이미 지하 거주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에는 여전히 지하 주거가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뉴욕에서도 약 5만 가구가 지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에서는 지난 해 9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뿌린 집중 호우로 13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11명이 지하 거주자였다. 대부분 불법으로 개조된 지하 아파트로 저렴한 임대 주택을 찾는 주거 취약계층이나 이민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우리나라 지하 주거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법이 제정된 1962년만 하더라도 지하실에는 거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법 19조는 ‘주택의 거실은 지층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1975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전쟁 시 대피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주택지하층’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환기 및 기타 위생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거실’을 지하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1984년에는 지하층으로 보는 기준을 완화하여 전체 높이의 1/2이 지상으로 나와도 지하층으로 인정했다. 즉 지하에 거주지의 일조와 환기를 위해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것은 정말 하지 말았어야 할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미 100여 년 전에 유럽에서 금지한 지하 주거를 허용하게 됨으로써 비극은 시작되었다. 사실 저렴한 주거를 공급하고자 했다면 공공 임대를 확대하거나 지상층을 더 지을 수 있게 해야 했다.

   1980년대 중후반 3저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자 서울로의 인구 집중이 가속화되어 주택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정부는 1989년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하여 ‘주택 200만호 건설’을 추진했으며, 다세대, 다가구 주택 신축도 적극 장려했으므로 자연스럽게 반지하주택도 급증하게 되었다. 반지하는 상대적으로 넓으면서도 저렴한 주거 공간이었으므로 저소득층 중에 식구가 많은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일조와 환기가 어려우므로 습기와 곰팡이로 인해 건강을 위협하는 주거 공간이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장마나 태풍에 의한 집중 호우 시에는 침수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1998년부터 반지하 주택을 금지하고자 하는 제도 개선이 시도되었으나, 완전히 금지하지는 못하고 ‘상습침수지역에서 반지하주택 허가를 금지할 수 있다’ 정도로 재량권을 주는 정도에 머물렀다. 현재도 반지하 거주를 완전히 금지하는 조항이 어느 법에도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주택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는 약 201,000호의 지하주택이 있으며, 경기도와 인천에 113,000호가 있어 전국 327,000호 중 96%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하 주거의 문제는 수도권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소위 ‘지옥고’라고 하는 불량 주거 중에 반지하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홍수나 화재 등 재해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집중 호우로 도로가 침수되면 도로보다 낮은 반지하로 급속하게 물이 들어오면서 큰 피해를 입힌다. 반지하의 창문은 대부분 방범 장치가 있어 탈출구로 활용할 수 없고, 현관문도 밖으로 여는 구조이므로 수압으로 인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 문제는 지하 주택의 하수구나 화장실은 위치가 낮아 지상층에 비해 훨씬 빨리 역류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물이 차오른다는 것이다. 지하층은 지상층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침수가 일어나므로 탈출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반지하 주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퇴출’ 시켜야 한다. 주거비나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여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도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다면 사용을 금지하듯이 반지하도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32만호나 되는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목표는 100% 퇴출로 잡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취약한 침수 위험 지역의 반지하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름이 지났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가을에도 태풍이 오고 집중 호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므로 침수 가능성이 높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을 우선적으로 지상층으로 이주시키고, 불가피하게 당분간 반지하에 거주해야 하는 경우에는 창문과 출입구에 차수판을 신속히 설치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을 통해 기존의 반지하 주택을 철거하고, 해당 지역에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다소 면적이 작아지거나 직장에서 멀어질 수 있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므로 이들을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또한 신축에 대해서는 ‘반지하 주택 금지’를 반드시 법률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저렴한 주거라는 현실적 이유로 이를 조건부로 허용한다면 결국 반지하의 비극은 되풀이 될 것이다.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반지하 주거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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