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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여성징병제 발화에 던지는 되물음

기사승인 [221호]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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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Pixa Bay  

   ‘여성도 군대 가라’는 말은 1994년도 즈음에 시작되었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 폐지를 판결하기 전부터 그 소리는 조금씩 퍼져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여성징병제 청원 글이 게시될 때는 사회적 상황이 꽤 달라져 있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군대는 남성들의 공간이자 특권으로 여겨졌다면, 이제 남성들에게 역차별이자 억울함을 지시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남성만의 병역의무제는 남성들이 차별을 받는 사례로서 소환되어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군 복무는 자랑스러운 남성의 일이 아니라 ‘시간낭비’이자 몸이 훼손될까 두려운 불안거리가 된 것이다.

   게다가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남성‘만’의 병역의무제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들 사이에서 그 형평성을 따져왔던 칼날을 이제 여성에게 향하면서 여성의 군 복무 면제는 남성에 대한 차별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남성들 사이에서 의견은 분분하다. 쪼잔하게 여성들에게 군대 가라는 말하지 말라는 의견에서부터 이제 여성도 군대에 갈 만한 시대가 되었다, 여성은 약자가 아니다, 여성이 군에 온다고 평등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까지 그 결은 다양하다. 남성들에게 군대는 모순된 복잡한 생각들이 얽힌, 방치된 실타래와 같다.

   이 가운데 여성징병제 발화는 집단적 운동이 되고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여성징병제 청원은 무엇보다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여성은 국민자격이 없다고 단정한다. 모두가 군대를 가야한다는 신념체계는 시민권이 병역의무를 경유하면서 누가 진정한 국민인가를 가른다. 특히 남성만의 병역의무가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읽혀질 때 여성징병제 청원은 부정의를 잡기 위한 도덕적 의미를 획득한다. 여성징병 요구는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정당한 운동이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여성징병제 청원은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가져와서 자신들의 맥락에서 재구성한다. 청원 게시글에 따르면, 남성만의 징병제는 여성을 비하하는 후진 제도이자 여성 지위가 향상된 현대사회와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남성만의 징병제가 여성을 배제했고 그래서 성불평등을 초래했다면 이를 바로잡아 여성에게도 균형 잡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청원자들은 설파한다. 그러니 여성들도 ‘똑같이’ 군대에 가는 것이 곧 평등이라고 말한다. 여성징병제는 여성에게는 진정한 국민이 되는 길이고 남성에게는 역차별을 바로 잡는 국가정책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성징병제 청원자들이 말하는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분배이자 균형으로 이해된다. 이런 뜻에서 여성징병제를 주장하지 않는, 그리고 여성의 편에 서 있다고 간주되는 페미니즘과 여성가족부는 오히려 성평등과 공정성을 해치는 주범이다.

   과연 시민되기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성평등이란 무엇을 통해서 어떻게 실현돼야 할까? 국가 영역 안에서의 병역을 통해서만 발현되는 것일까?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적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시민되기는 글로벌 사회에서 구성되는 다중적이고 트랜스내셔널한 시민권 담론과 충돌하지는 않는가? 여성징병제 청원이라는 사회적 세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김엘리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 외래교수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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