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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어김없이 찾아오는 명절의 불청객을 맞는 자세

기사승인 [221호]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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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추석엔 2년 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따듯한 전들이 내는 고소한 기름 내음과 갈비찜의 달큰함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도 잠시, 명절의 불청객들은 어김없이 찾아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나라고 평생을 비켜 갈 수 없었겠지. “대학원은 취업되니?”, “언제 결혼해”같은 말들로 나의 안부를 물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멋쩍은 웃음만 내보이다 명절이 끝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명절마다 방에 들어가 잘 나오지 않았던 사촌누나가 도대체 왜 저럴까 싶었는데, 이제서야 누나의 마음을 십분, 아니 백분 이해할 것 같다.

   다행히도 불청객이 우리에게만 방문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2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의 62%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명절 스트레스 유경험자의 75% 가량이 ‘가족, 친척의 잔소리와 불편한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전체 응답자의 54%가 이번 추석연휴에 귀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취준생이 명절기간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조사가 대상을 취준생으로만 한정하고 있지만 비단 취준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생들과 미혼자들을 대상으로 한 타 기관들의 설문조사도 이와 매우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잔소리라는 명절의 불청객은 학생, 미혼자, 직장인 등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이는 자식들의 근황에 대한 어른들의 궁금증일 수도,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자식들을 위한 격려일 수도 있다. 물론 어른들의 의도와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본인도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격려는 귀 따가운 잔소리로 느껴질 뿐이다. 하여 많은 청춘들이 가족을 불편해하며 명절 귀향을 꺼려하고, 홀로 명절을 보내기 원하는 사회문화가 생긴 게 아닐까. 

   몇 년 전만해도 ‘나홀로 추석족’이 개인주의 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엄청난 이슈가 됐는데, 이제는 청춘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추세를 방증하듯 명절 연휴에도 운영하는 북카페가 생겨나고, 지방자치단체도 휴게 공간을 만드는 등 하나둘 ‘명절대피소’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홀로 명절을 보내는 사회문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 마음 한 편이 쓰리다. 언제부터 가족이 불편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인가.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여 사회에서의 상처들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기도 벅찬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받으며 명절을 허비하고 있다.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가족들이 받은 사회에서의 상처들을 치료해줄 수 있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해가 강하면 그늘이 되어주고,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는 시골의 아주 큰 느티나무처럼. 날씨가 좋으나 나쁘나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듯, 서로가 언제든 편히 기대 쉬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박성준 편집위원

<저작권자 © 동국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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